- 건축성능원, 강부성 이사장 “성능이라는 객관적·체계적 기준으로 이해관계자 합의 이끌어야”
[ 2026년 09월 15일,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개최된 도시정비사업관련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시정비, 재건축·재개발, 이제는 ‘산수적인 개발’보다 ‘품질높은 성능확보’ 필요”
건축성능원, ‘탄소중립시대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품질 및 성능 향상 세미나’ 개최
건축성능원, 강부성 이사장 “성능이라는 객관적·체계적 기준으로 이해관계자 합의 이끌어야”
오상근 교수 “미래 도시정비, 사업성 넘어 안전·품질·탄소중립·장기 주거성능 함께 봐야”
기후변화·사업예측성·에너지·하자 저감까지…도시정비사업의 새로운 방향 집중 논의
플로어 토론서 시흥1구역 김덕용 부위원장 ‘효율적 재개발·하자 저감형 사업’ 과제 제안
“도시정비 갈등 줄일 전문인력 필요…‘도시정비관리사’ 양성 제안”
이날 토론회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제선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도시정비사업의 제도적 과제와 현장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토론을 이끌며,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향후 제도 개선과 전문인력 양성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기준을 단순한 사업성과 신축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주거품질과 장기 성능,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안전·유지관리까지 포괄하는 성능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건축성능원은 15일 오후 연세대학교 공학원 대강당에서 ‘탄소중립시대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품질 및 성능 향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주거성능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는 단순한 기술 세미나를 넘어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성·주거품질·성능·기후적응·탄소중립·유지관리를 하나의 틀에서 논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조합과 주민, 행정기관, 설계·시공자,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요구사항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통해 객관적인 합의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
"강부성 이사장 “도시정비, 성능 중심의 객관적인 합의기준 필요”
[건축성능원 강부성 이사장이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개최된 도시정비사업관련세미나에서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강부성 건축성능원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도시정비사업이 처한 환경 자체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원장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노후 주거환경 개선이 단순히 건축물을 새롭게 짓는 문제를 넘어 이제는 건축물의 품질과 성능,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사업추진 과정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은 국가와 사업시행자뿐 아니라 실제 거주하게 될 주민 등 다양한 주체와 이해관계가 결합하는 사업인 만큼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부성 이사장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주장하는 것보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그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성능’을 제시했다.
성능이라는 공통의 척도를 통해 주민과 사업주체, 전문가, 행정기관이 합의를 만들어낼 때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업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강 이사장은 또 건축성능원이 도시정비사업의 주거품질과 성능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를 각 주체 간 ‘성능 기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첫 단계로 규정하고, 향후 현장의 실제 문제를 지속적으로 수렴하면서 도시정비사업의 품질향상에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상근 교수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정비, 주거성능 고도화가 핵심”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오상근 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수석회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정비사업의 주거성능 고도화 방향’을 주제로 도시정비사업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큰 틀을 제시했다. 발표자료는 도시정비사업의 현황과 패러다임 전환, 탄소중립 성능과 도시정비사업, 국민이 요구하는 주거품질 성능 고도화, 향후 발전 방향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오상근 전 서울과기대 교수(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수석회장),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정비사업의 주거성능 발제]
오 교수의 발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도시정비사업을 단순히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정비사업은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물이 사용되는 수십 년 동안 안전과 쾌적성, 에너지성능, 유지관리성, 기후변화 대응능력 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시대에는 건설단계의 성능뿐 아니라 건축물의 장기간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과 유지관리, 보수·교체까지 고려하는 관점이 요구된다.
이는 결국 도시정비사업의 판단기준 자체가 ‘사업비와 분담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성+주거성능+장기자산가치’의 문제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정비사업에서는 용적률, 분담금, 일반분양 수익, 공사비 등이 핵심 변수로 다뤄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같은 사업비를 투입하더라도 어떤 성능을 확보했는지, 준공 후 그 성능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지, 주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의 발제는 이날 이어진 사업예측 가능성과 기후변화 대응 발제, 전문가 토론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
정비사업의 ‘예측가능성’도 성능만큼 중요
두 번째 발제에서는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예측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도시정비사업은 정비계획에서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착공·준공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와 금융비용, 제도와 설계기준이 바뀌면 사업성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성능기준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사업 초기단계에서 비용과 일정, 성능수준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로 정비사업 후반에 새로운 성능기준이나 시설요건이 추가될 경우 설계변경뿐 아니라 공사비 증가와 사업기간 연장,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이 새로운 성능기준을 도입할 경우 기술적인 필요성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사업주체가 해당 기준의 비용과 효과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폭염·집중호우는 이제 예외 아닌 설계조건”
기후변화 역시 이번 세미나를 관통한 주요 의제였다.
정비사업은 준공 이후 수십 년 동안 사용될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따라서 현재의 기후조건만으로 미래의 성능을 결정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이인화 의원은 토론에서 최근 폭우와 폭염이 도시의 일상적인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후적응 성능을 선택적인 친환경 요소가 아닌 기본 주거성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단계에서는 건축물뿐 아니라 도로와 공원, 지하공간, 녹지, 배수체계가 동시에 바뀌기 때문에 사업 초기단계에서 저류와 침투, 녹지, 열환경, 지하공간 침수위험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기후적응 성능을 강화하면 사업비가 늘어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저류시설을 확대하거나 녹지와 옥상녹화를 늘리고 고성능 설비를 적용하면 초기 공사비뿐 아니라 장기간의 유지관리비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그 비용을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킬 것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복수의 성능·사업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사업주체와 주민이 성능향상에 따른 비용과 효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공적 편익까지 조합원이 모두 부담해서는 안 돼”
특히 정비사업을 통해 설치되는 일부 시설은 해당 단지의 편익을 넘어 주변 지역 전체에 효과를 미친다.
저류·침투시설이나 녹지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들 시설은 단지 주민뿐 아니라 주변지역의 침수와 열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주거성능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업비로 부담하더라도 지역 전체에 공공적 편익을 발생시키는 시설이나 법정기준을 넘어서는 추가 성능에 대해서는 공공재정과 도시계획 인센티브, 녹색금융 등을 활용해 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는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규제로 접근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도시의 재산가치와 주민 안전을 높이는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 아파트보다 30년·50년 뒤 성능이 중요”
경기대학교 김선주 교수는 부동산 자산관리 관점에서 도시정비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비사업을 통해 새로 공급되는 공동주택은 준공 시점에만 가치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30년, 50년 이후에도 안전하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국민소득과 주거수준이 높아질수록 단순히 새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주택의 가치가 결정되기는 어렵고 안전성, 내구성, 기후변화 적응성, 탄소배출, 장기간 사용성 등이 점차 중요한 가치로 부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비 역시 도시정비사업의 새로운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신도시나 스마트도시에는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만들어지는 미래 주거단지 역시 수십 년 후의 기술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의 현실적 고민…“사업성패는 결국 사업비와 연결”
반면 실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 측에서는 정책과 기술을 사업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현실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목동8단지 재건축조합 김종건 조합장은 탄소중립과 주거품질 향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모든 요구사항이 결국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조경과 음식물폐기물 처리,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어린이와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시설, 건축물 특화 등 각각의 요소는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최고 수준으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사업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수준인지, 비용 대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설계단계 성능에서 ‘실제 운영성능’으로
건축성능원 김영일 부원장은 건축설비와 에너지 관점에서 실제 사용단계 성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기존의 설계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 배치와 방향, 동간거리, 일사량, 단열과 자연환기, 냉방 및 실외기 설치조건 등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특정 기술 하나만 적용해서는 실제 주거성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설계단계의 에너지성능 평가가 준공 이후의 실제 에너지사용량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의 평가방식이 일정한 표준조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제 주민의 생활패턴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앞으로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활용해 설계 당시 목표성능과 실제 사용단계 성능을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자의 기획소송대비 ‘실질적인 성능회복’ 중심으로 내실있게 추진되어야
토론에서는 공동주택 하자관리 방식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장기간의 하자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실제 보수가 늦어지고, 입주민이 지속적인 불편을 겪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자 관련 분쟁이 소송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배상금이 실제 건축물의 성능회복이나 보수에 충분히 사용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품질·성능기준과 하자처리 원칙을 명확하게 계약에 반영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제 건축물의 성능을 조기에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는 정비사업의 품질을 준공 당시의 외관이나 분양가가 아니라 실제 사용 중 발생하는 하자를 얼마나 줄이고, 하자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성능을 회복시키는가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흥1구역 김덕용 부위원장 ‘효율적 재개발·하자 저감형 사업’ 화두
공식 발제와 지정토론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플로어 토론이 이어지면서 논의의 범위가 실제 정비사업 현장으로 더욱 확대됐다.
이 자리에서 시흥1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주민협의체 김덕용 부위원장은 재개발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향후 공동주택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하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정비사업 초기단계부터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2026년 9월 15일, 김덕용 부위원장이 연세대 공학원에서 도시정비 사업관련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토론을 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정비사업이 장기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나 인허가에 집중하다 보면 준공 이후 실제 입주민이 체감하는 품질과 하자 문제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효율적인 사업추진과 ‘하자 저감형 정비사업’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어떠한 과제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토론을 제안했다.
특히 향후 시공사를 선정하고 설계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거성능과 품질기준을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 것인지, 하자예방을 위해 설계·시공·감리·품질관리 단계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가 현장 사업주체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취지였다.
이에 첫 번째 발제자인 오상근 교수가 김 부위원장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날 발제에서 제시한 ‘성능 중심 도시정비’의 개념을 실제 사업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오 교수는 정비사업의 품질을 높이고 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보수하는 사후관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업 초기부터 목표로 하는 주거성능과 품질수준을 구체화하고 이를 설계·시공·준공 및 유지관리 단계까지 일관되게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방향에서 답변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비사업의 효율성 역시 단순히 인허가 기간을 줄이거나 공기를 단축하는 문제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하자와 유지관리비용, 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 전체 사업주기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부위원장의 현장 중심 질문과 이에 대한 오 교수의 답변은 이날 논의된 ‘주거성능 고도화’라는 다소 거시적인 과제를 실제 재개발 사업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세미나의 논의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로어 참석자들의 추가 의견과 전문가 답변까지 이어지면서 이날 세미나는 예정된 시간을 채워 활발한 논의 속에 마무리됐다.
도시정비의 경쟁력, ‘초기 단순 검토추진’ 보다 ‘입주 후 건축성능, 품질수준’이 중요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하면 향후 도시정비사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은 지금까지와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 정비사업이 용적률·일반분양·사업기간·분담금 등을 중심으로 평가됐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안전성, 주거품질, 기후변화 적응성, 에너지성능, 내구성, 하자예방, 유지관리, 장기 자산가치가 동시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요소는 서로 독립된 문제가 아니다.
성능을 높이면 초기 사업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비용과 유지관리비, 하자보수비를 줄이고 건축물의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초기 사업비 절감에만 집중할 경우 준공 이후 하자와 성능저하, 에너지비용 증가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앞으로의 핵심과제는 무조건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성능이 왜 필요한지, 그 성능을 확보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장기간 어떤 편익이 발생하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부성 건축성능원 이사장이 강조한 ‘성능 기반 합의’도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정비사업의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주장을 반복하는 대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능목표와 비용, 장기편익을 기준으로 논의한다면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상근 교수가 첫 발제를 통해 제시한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성능 고도화’ 역시 단순한 기술적 성능 향상이 아니라 도시정비사업의 목표 자체를 준공 시점에서 건축물의 전체 생애주기로 확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결국 탄소중립시대 도시정비사업의 핵심은 ‘더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오래 사용하며, 실제로 좋은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그 변화의 과정에서 주민과 조합, 전문가, 행정기관, 설계·시공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공식적인 전문가 토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민협의체 관계자가 효율적인 사업추진과 하자 저감이라는 구체적 현안을 제기하고, 첫 발제자인 오상근 교수가 이에 답변하면서 학술적 논의와 실제 정비사업 현장을 연결하는 토론으로 마무리됐다는 점도 이번 세미나의 특징으로 평가된다.
도시정비사업 전문인력 체계적 양성 필요
아울러 김인기 한양대학교 스마트융합공학부 겸임교수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도시정비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시정비사업은 주민 간 이해관계 조정에서부터 정비계획, 조합 운영, 인·허가, 설계·시공, 사업비와 분담금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문영역이 장기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사업”이라며 “초기 단계에서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면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주민들 사이에서도 민원과 소송이 발생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건축·도시계획뿐 아니라 법률·금융·세무·감정평가·행정 등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갈등조정 및 사업관리 능력을 갖춘 도시정비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향후에는 관련 전문교육과 자격·관리체계를 마련해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주민 간 분쟁을 사전에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성능원은 앞으로도 도시정비사업지원센터 등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수렴하고, 주거품질과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해 탄소중립시대에 부합하는 성능 중심 도시정비사업의 정착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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